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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제3편 도원결의 복숭아밭의 맹세,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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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약 200자)
검 한 자루, 뜻 한 줄, 마음 하나.
복숭아꽃 흐드러진 그 날, 세 남자는 피보다 진한 의형제를 맺었습니다.
“같은 날 태어나진 않았으나, 같은 날 죽고자 하노라!”
이 한마디로 천하삼분지계를 향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디스크립션 (약 300자)
삼국지 최고의 명장면, ‘도원결의(桃園結義)’!
유비, 관우, 장비 세 남자가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의형제를 맺으며, 혼란한 시대에 정의와 의리로 맞설 것을 맹세합니다.
그날의 한 맹세는 단순한 형제애를 넘어 삼국의 운명을 뒤흔드는 서사의 서막이 됩니다.
이 전설적인 첫걸음을 지금 만나보세요.
파트 1
때는 후한 말기, 영제(靈帝)의 치세. 조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환관들이 정사를 농단하며 매관매직이 성행하니, 백성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져 갔다. 탐관오리의 수탈은 극에 달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이은 천재지변은 굶주린 백성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민심은 흉흉해지고, 곳곳에서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거록군(鉅鹿郡)의 장각(張角)이 황천(黃天)의 시대를 부르짖으며 난을 일으키니, 이것이 바로 '황건적의 난'이다. 장각은 스스로 '대현량사(大賢良師)'라 칭하고, 그의 두 동생 장보(張寶)와 장량(張梁)은 각각 '지공장군(地公將軍)', '인공장군(人公將軍)'을 자처하며 누런 수건을 머리에 두른 수십만 무리를 이끌고 각지의 주현(州縣)을 휩쓸었다. 그 기세가 어찌나 대단했던지 관군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낙양의 조야는 공포에 휩싸였다. 다급해진 조정은 각지의 제후들에게 황건적 토벌을 명하고, 의용군을 모집하는 방백(榜檄)을 전국에 내걸었다.
바로 이때, 탁현(涿縣) 누상촌(樓桑村)에 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유비(劉備), 자는 현덕(玄德)이었다. 그는 한나라 경제(景帝)의 아들인 중산정왕(中山靖王) 유승(劉勝)의 후예로, 비록 지금은 몰락하여 돗자리를 짜고 신을 삼아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처지였으나, 그 풍모는 남달랐다. 키는 일곱 자 다섯 치(약 173cm)에 귀는 커서 어깨까지 늘어지고, 팔은 길어 무릎 아래까지 내려갔으며, 스스로 자신의 귓바퀴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말수가 적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으나, 성품이 온후하고 너그러워 주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가슴속에는 큰 뜻을 품고 있었으나,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 세상에 그 이름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도 유비는 여느 때처럼 장터 어귀를 지나다가 유주태수(幽州太守) 유언(劉焉)이 내건 의용군 모집 방백을 보게 되었다. 방백의 내용은 황건적이 창궐하여 나라가 위태로우니, 충의로운 백성들은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구하는 데 힘을 보태라는 것이었다. 이를 읽어 내려가던 유비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장부로서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그때 등 뒤에서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내대장부가 나라를 위해 힘쓸 생각은 않고 어찌 한숨만 내쉬는가!"
유비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그곳에는 키가 여덟 자(약 184cm)에 표범 같은 머리, 제비 같은 턱, 호랑이 수염을 가진, 그야말로 위풍당당한 거한이 서 있었다. 목소리는 천둥 같고, 기세는 달리는 말과 같았다. 그는 바로 탁현에서 돼지를 잡고 술을 파는 장비(張飛), 자는 익덕(益德)이었다. 장비는 대대로 탁현에 살면서 약간의 전답과 술집, 푸줏간을 가지고 있었으며, 성격이 불같고 호탕하여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천하의 호걸들과 사귀기를 즐겼다.
유비는 장비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나는 한 황실의 후예로, 황건적이 창궐하여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파 한숨을 쉬었을 뿐이오. 내게 힘이 있다면 어찌 역적을 토벌하고 백성을 구하지 않겠소?"
장비는 유비의 차분하면서도 뜻이 담긴 말에 예사 인물이 아님을 직감했다.
"나는 장비라 하오. 그대에게 큰 뜻이 있다면, 나와 함께 의용군을 일으켜 나라를 위해 큰일을 도모해보지 않겠소? 내 재산을 모두 털어 군자금으로 쓰겠소이다."
유비는 장비의 호탕함에 감탄하며 기꺼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곧장 장비의 집 근처 주루로 자리를 옮겨 술잔을 기울이며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우렁찬 목소리로 술을 재촉하며 한 사내가 주루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키가 아홉 자(약 207cm)에 달했고, 길고 아름다운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왔으며, 붉은 대추 빛 얼굴에 봉황의 눈, 누에 같은 눈썹을 가져 실로 범상치 않은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위엄 있는 모습에 주루 안의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유비가 그를 유심히 살펴보니, 그 기개가 마치 신선과 같았다. 유비는 그를 청해 함께 앉기를 권했다. 사내는 자신을 관우(關羽), 자는 운장(雲長)이라 소개했다. 하동(河東) 해량(解良) 사람으로, 본래는 글을 읽던 선비였으나, 고향의 토호가 세력을 믿고 백성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의분을 참지 못해 그를 죽이고 강호를 떠돌아다닌 지 이미 오륙 년이 되었다고 했다. 황건적의 난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의용군에 참여하여 나라를 구하고자 이곳 탁현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유비는 관우의 의로운 기상과 용모에 크게 감탄하였고, 장비 또한 그의 무용이 남다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세 사람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금세 의기투합하여 술잔을 나누며 천하의 대사를 논했다. 유비는 자신의 포부를 이야기했고, 관우와 장비는 그의 인품과 큰 뜻에 깊이 매료되었다.
이야기가 깊어지자 장비가 유비와 관우에게 제안했다.
"우리 세 사람이 이렇게 만난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겠소? 이왕 이렇게 뜻을 함께하기로 한 바에야, 의형제를 맺어 생사를 같이하며 큰일을 도모하는 것이 어떻겠소?"
유비와 관우는 장비의 제안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기꺼이 동의했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오! 우리 세 사람이 형제가 되어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간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소?" 유비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관우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장비는 자신의 집 뒤뜰에 있는 아름다운 복숭아밭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때는 마침 봄이라, 수백 그루의 복숭아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워 온통 붉고 흰 꽃잎이 만발하여 마치 선경과 같았다. 장비는 이 복숭아밭에 검은 소 한 마리와 흰 말 한 필을 제물로 준비하고, 향을 피워 하늘과 땅에 고하는 제단을 마련했다.
세 사람은 엄숙한 마음으로 제단 앞에 나란히 꿇어앉아 향을 사르고 절을 올렸다. 그리고 유비가 먼저 입을 열어 맹세했다.
"생각건대, 저희 유비, 관우, 장비는 비록 성은 다르오나 이미 의를 맺어 형제가 되었습니다. 이제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하여 위로는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만백성을 평안케 하고자 하나이다.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나지는 못했으나, 원컨대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함께 죽기를 바라나이다. 하늘과 땅의 신령께서는 굽어살피시어 저희의 이 뜻을 저버리지 않게 하소서! 만약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는 자가 있다면, 하늘과 사람이 함께 그를 죽일 것이옵니다!"
관우와 장비도 눈물을 글썽이며 유비의 뒤를 이어 같은 내용으로 맹세했다. 복숭아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세 사람의 맹세를 축복하는 듯했다. 이렇게 천하를 뒤흔들 세 영웅의 도원결의(桃園結義)는 이루어졌다. 나이를 따져 유비가 첫째 형이 되고, 관우가 둘째, 장비가 막냇동생이 되었다. 세 사람은 서로에게 절을 하며 형제의 예를 다했다.
맹세를 마친 후, 세 사람은 장비가 준비한 술과 안주를 나누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들의 가슴은 천하를 얻은 듯 벅차올랐고, 눈빛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그들은 본격적으로 거병 준비에 착수했다. 장비는 약속대로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아 군자금으로 삼았다. 그 돈으로 말과 병장기를 사들이고, 고을의 용감한 청년들을 모집하니 삽시간에 삼백여 명의 장정들이 그들의 깃발 아래 모여들었다. 세 사람은 밤낮으로 이들을 훈련시키며 군대의 기틀을 잡아나갔다.
또한, 천하의 호걸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그들의 뜻을 알리는 격문을 사방에 돌렸다. 그리고 자신들의 몸에 맞는 특별한 무기를 만들기로 했다. 장비는 탁현 최고의 대장장이들을 불러 모았다. 유비는 무게가 적당하고 양손에 쥘 수 있는 자웅일대검(雌雄一對劍)을 주문했다. 관우는 그의 엄청난 완력에 걸맞게 무게가 여든두 근이나 나가는 청룡언월도(青龍偃月刀)를, 장비는 길이 한 길 여덟 자에 달하는 장팔사모(丈八蛇矛)를 각각 만들게 했다. 무기가 완성되자 세 사람은 더욱 위풍당당해 보였고, 그들을 따르는 병사들의 사기 또한 하늘을 찔렀다.
이렇게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는 복숭아밭에서의 굳건한 맹세를 바탕으로 천하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비록 시작은 미약한 삼백 의용병이었으나, 그들의 가슴속에는 불타는 의리와 원대한 포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곧이어 그들은 황건적 토벌군에 합류하여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며 난세의 영웅으로 떠오를 준비를 마쳤다. 도원의 향기로운 맹세는 피로 얼룩진 난세를 정화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서곡이었던 것이다.
파트 2
도원에서의 맹세로 하나가 된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는 삼백 명의 의용병을 이끌고 탁현을 나섰다. 그들의 목표는 황건적의 창궐로 신음하는 인근 지역을 구원하고, 나아가서는 기울어가는 한(漢) 왕실을 바로 세우는 것이었다. 유비는 자웅일대검을 허리에 차고 온화하지만 결연한 눈빛으로 선두에 섰고,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비껴들고 붉은 얼굴에 긴 수염을 휘날리며 그 뒤를 따랐으며, 장비는 장팔사모를 어깨에 메고 우렁찬 함성으로 군의 사기를 북돋았다. 꽃처럼 흩날리던 복숭아밭의 맹세가 이제 곧 피바람 부는 전장에서 강철 같은 현실로 시험받을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무렵, 황건적의 우두머리 장각의 부장 중 하나인 정원지(程遠志)가 오만 군사를 이끌고 탁군 경계인 대흥산(大興山)으로 쳐들어오고 있다는 급보가 날아들었다. 유주자사 유언은 교위(校尉) 추정(鄒靖)에게 즉시 군사를 이끌고 이를 막으라 명했으나, 황건적의 기세가 워낙 등등하여 고심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유비 삼형제가 이끄는 오백 의용병(도중에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합류하여 병력이 늘었다)이 추정의 군영에 당도했다.
추정은 유비 일행의 용모가 범상치 않고, 특히 관우와 장비의 위풍당당함에 내심 감탄했으나, 한편으로는 오합지졸에 가까운 적은 병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유비가 먼저 공손히 예를 올리며 말했다.
"황건적이 창궐하여 나라가 위태롭다는 소식을 듣고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달려왔습니다. 부디 저희를 선봉에 세워주시어 역적의 무리를 격파할 기회를 주십시오."
추정은 유비의 겸손하면서도 단호한 말투에 신뢰를 느끼고는 한시름 놓으며 기뻐했다.
"실로 하늘이 도우시는도다! 그대들과 같은 의로운 용사들이 와주었으니, 이제 역적들의 목을 베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오."
그는 유비의 병력을 좌군(左軍)으로 삼아 정원지의 군대를 요격하도록 명했다.
다음날 새벽, 유비 삼형제는 오백 의용병을 이끌고 대흥산 기슭으로 향했다. 멀리서부터 누런 수건을 두른 황건적의 무리가 먼지를 일으키며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 수는 실로 오만에 달하여 산과 들을 뒤덮을 듯했다. 정원지는 부장 등무(鄧茂)를 선봉으로 내세워 기세등등하게 진격해왔다.
유비는 군사들을 산자락에 매복시키고, 자신은 관우, 장비와 함께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언덕 위에 서서 적진을 살폈다. 황건적의 군대는 수만 많을 뿐, 대오가 흐트러져 있고 군기가 잡혀있지 않았다. 유비가 말했다.
"적은 수가 많으나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우리가 기습을 감행하면 능히 격파할 수 있을 것이다."
장비는 벌써부터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형님! 제가 먼저 달려나가 저놈들의 대갈통을 박살 내고 오겠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비는 장팔사모를 휘두르며 나는 듯이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용맹무쌍한 기세에 황건적들은 미처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선봉장 등무가 이를 보고 분노하여 말을 달려 장비에게 맞섰으나, 장비의 장팔사모는 이미 그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갔다. 등무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등무가 죽자 황건적 선봉대는 혼란에 빠졌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번개처럼 휘두르며 적진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그의 칼이 지나가는 곳마다 피보라가 일고 황건적들의 목이 달아났다. 마치 양 떼 속으로 뛰어든 굶주린 호랑이와 같았다. 정원지는 자신의 용장 등무가 순식간에 죽고, 관우의 신들린 듯한 무예에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관우의 청룡언월도는 이미 그의 어깨를 내리쳐 두 동강을 내버렸다.
두 용장의 활약에 유비는 즉시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매복해 있던 의용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쏟아져 나왔다. 사기가 꺾인 황건적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유비의 군대는 추격하여 수많은 적병을 베고 노획물을 거두었다. 첫 전투에서 거둔 통쾌한 대승리였다. 관우와 장비의 이름은 이날 처음으로 전장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유비의 탁월한 지휘력 또한 빛을 발했다.
추정은 유비 삼형제의 용맹과 전공에 크게 기뻐하며 조정에 표를 올려 그들의 공을 칭찬했다. 얼마 후, 청주(靑州) 태수 공경(龔景)이 황건적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다는 급보가 유주자사 유언에게 전해졌다. 유언은 유비에게 청주를 구원하라 명했다. 유비는 즉시 군사를 정비하여 청주로 향했다.
청주성에 도착하니, 성은 수만 명의 황건적에게 겹겹이 포위되어 함락 직전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성안의 군사들은 지칠 대로 지쳐 사기가 떨어져 있었고, 백성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유비는 관우와 장비에게 말했다.
"적의 수가 우리보다 훨씬 많고 기세 또한 등등하다.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기책을 써야 할 것이다."
유비는 군사를 나누어 관우에게는 정예병 일천을 주어 성의 동쪽 산기슭에 매복시키고, 장비에게도 일천의 군사를 주어 서쪽 산기슭에 매복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남은 병력을 이끌고 북을 치고 깃발을 휘날리며 황건적의 본진을 향해 정면으로 공격하는 척했다.
황건적의 두목은 유비의 군세가 얼마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얕잡아보며 군사를 휘몰아 공격해왔다. 유비는 거짓으로 패하여 달아나기 시작했다. 황건적들은 승세를 탄 줄 알고 앞다투어 유비의 군대를 추격했다. 그들이 매복 지점까지 깊숙이 들어왔을 때, 유비는 신호 연기를 올렸다.
신호를 본 관우와 장비는 좌우에서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며 맹렬히 돌격해 나왔다. 갑작스러운 협공에 황건적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앞에서는 유비의 군대가 돌아서서 반격하고, 좌우에서는 관우와 장비의 군대가 맹수처럼 달려드니 황건적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관우는 청룡언월도로 적장들의 목을 베었고, 장비는 장팔사모로 길을 트며 적진을 유린했다.
이때 청주성 안에서도 성문을 열고 공경이 군사를 이끌고 나와 황건적의 후미를 공격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황건적들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도주하기 바빴다. 유비 삼형제는 이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청주의 포위를 풀었다. 공경은 유비의 은혜에 감격하여 크게 잔치를 열고 후하게 대접했다.
이후 유비 삼형제는 각지에서 황건적 토벌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들의 명성은 날로 높아져 갔고, 많은 영웅호걸들이 그들의 휘하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황건적의 난이 점차 진압될 무렵, 조정의 부패는 더욱 심화되었고, 십상시(十常侍)라 불리는 환관들의 전횡은 극에 달했다. 각지의 군웅들은 황건적 토벌을 빌미로 군사력을 키워 점차 중앙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려 하고 있었다.
유비는 비록 연전연승하며 공을 세웠으나, 조정에 뇌물을 바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벼슬을 받지 못하고 안희현(安喜縣)의 현위(縣尉)라는 작은 직책에 임명될 뿐이었다. 이는 그의 큰 포부와 능력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한 자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정에서 파견된 독우(督郵)가 순시를 나왔는데, 그는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며 유비를 모욕했다.
평소 온후한 성품의 유비도 이를 참기 어려웠으나, 장비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독우를 붙잡아 현청 앞 기둥에 묶어놓고 버드나무 가지로 매질을 가하려 했다. 관우가 간신히 말렸으나, 이미 일은 벌어진 후였다. 유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런 소인배 밑에서 치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벼슬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낫겠다."
그는 현위의 인綬(인끈)를 독우의 목에 걸어주고는 관우, 장비와 함께 안희현을 떠났다.
이는 비록 작은 사건이었으나, 유비 삼형제에게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들은 부패한 관료 사회의 현실에 다시 한번 실망감을 느꼈고,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자신들만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도원에서 맺은 맹세는 더욱 굳건해졌고, 그들의 눈은 더 멀고 험난한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비록 일시적으로 관직을 버리고 야인이 되었으나, 그들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난세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고, 영웅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파트 3 (5000자 이상):
안희현을 떠난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는 다시금 정처 없는 나그네 신세가 되었다. 비록 작은 현위 자리였으나 그마저도 부패한 관리의 모욕 속에 박차고 나온 터라 앞길이 막막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는 도원에서 맺은 맹세가 더욱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고, 언젠가는 이 난세를 바로잡고 백성을 구하리라는 큰 뜻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황건적 토벌 과정에서 보여준 그들의 용맹과 의로운 행보는 비록 미미하게나마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특히 관우와 장비의 만인지용에 가까운 무예는 듣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여러 날을 정처 없이 떠돌던 중, 유비는 문득 과거 함께 학문을 익혔던 옛 친구 공손찬(公孫瓚)을 떠올렸다. 공손찬은 당시 우북평(右北平) 태수로 있으면서 북방의 오환족(烏桓族)을 토벌하며 용맹을 떨치고 있었다. 유비는 그의 밑으로 가면 다시금 뜻을 펼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두 아우와 함께 북평으로 향했다.
공손찬은 명문가 출신으로, 유비와는 노식(盧植) 문하에서 함께 공부한 동문수학의 정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유비를 그는 마치 친형제처럼 반갑게 맞이하며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특히 관우와 장비의 비범한 풍채와 무예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터라, 그들을 얻게 된 것을 매우 기뻐하며 후하게 대접했다. 공손찬은 즉시 유비를 별부사마(別部司馬)에 임명하고, 그의 휘하에 병력을 배속시켜 함께 북방 이민족 토벌에 나서도록 했다.
유비 삼형제는 공손찬의 휘하에서 수많은 전투에 참가하여 혁혁한 공을 세웠다. 관우의 청룡언월도와 장비의 장팔사모는 적군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고, 유비는 온화한 인품과 뛰어난 지휘력으로 병사들의 신망을 얻었다. 한번은 공손찬이 오환족의 정예 기병 수만에게 포위되어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적의 기세가 워낙 거세어 공손찬의 군대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지경이었다. 바로 그때, 유비, 관우, 장비가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사지(死地)로 뛰어들었다.
장비가 선봉에 서서 장팔사모를 폭풍처럼 휘두르니 오환족 기병들이 말과 함께 나뒹굴었고, 관우는 그 뒤를 따라 청룡언월도로 길을 트며 적장들의 목을 베었다. 유비는 침착하게 남은 병사들을 지휘하며 흩어진 공손찬의 군사들을 규합했다. 삼형제의 용맹에 힘입어 전세는 삽시간에 역전되었고, 공손찬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 일로 유비 삼형제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고, 공손찬은 유비를 더욱 신임하게 되었다. 그는 유비를 평원현(平原縣)의 현령(縣令)으로 천거하여 이전 안희현에서의 치욕을 조금이나마 씻게 해주었다. 유비는 평원에서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의 칭송을 받으며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유비가 평원에서 백성을 다스리며 조용히 힘을 기르고 있을 무렵, 머나먼 수도 낙양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대장군 하진(何進)이 십상시라 불리는 환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변방의 장수들을 수도로 불러들인 것이 화근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흉포하고 야심만만한 서량(西涼) 자사 동탁(董卓)이 이십만 대군을 이끌고 낙양에 입성하면서 모든 비극이 시작되었다.
동탁은 입성하자마자 하진이 암살당하고 궁궐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순식간에 조정을 장악했다. 그는 소제(少帝)를 폐하고 진류왕(陳留王) 협(協)을 황제로 옹립하니, 이가 바로 한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獻帝)였다. 스스로 상국(相國)의 자리에 올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황제를 능멸하고 조정을 농단했다. 그의 군대는 낙양에서 온갖 약탈과 만행을 저질렀고, 반대하는 자는 가차 없이 죽임을 당했다. 충신 정원(丁原)이 의붓아들인 여포(呂布)와 함께 동탁에 맞섰으나, 동탁은 적토마와 황금으로 여포를 매수하여 정원을 배신하고 죽이게 만들었다. 천하제일의 용장이라 불리던 여포마저 동탁의 수하가 되자, 그의 흉포함은 극에 달했다.
동탁의 폭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이에 분노한 전국의 충신들과 제후들은 점차 동탁 토벌의 기치를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는 교기교위(驍騎校尉) 조조(曹操)가 있었다. 조조는 일찍이 동탁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그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뒤, 고향 진류(陳留)로 도망쳐 가산을 털어 의병을 일으켰다. 그리고 황제의 이름으로 위조된 조서(矯詔)를 각지의 제후들에게 보내 동탁을 토벌하기 위한 연합군을 결성할 것을 촉구했다.
조조의 격문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이에 호응하여 각지의 제후들이 군사를 일으켜 동탁 토벌을 외치며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발해태수 원소(袁紹)를 필두로 후장군 원술(袁術), 기주자사 한복(韓馥), 예주자사 공주(孔伷), 연주자사 유대(劉岱), 하내태수 왕광(王匡), 진류태수 장막(張邈), 동군태수 교모(喬瑁), 산양태수 원유(袁遺), 제북상 포신(鮑信), 북해태수 공융(孔融), 광릉태수 장초(張超), 서주자사 도겸(陶謙), 서량태수 마등(馬騰), 그리고长沙태수 손견(孫堅) 등 십여 개 주의 제후들이 연합군에 참여했다. 북평태수 공손찬 역시 조조의 격문을 받고 의분을 느껴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연합군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평원현령으로 있던 유비는 공손찬으로부터 연합군의 소식을 전해 듣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동탁 역적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황실을 능멸하니, 이야말로 하늘이 용서치 못할 죄악이오! 우리 형제도 마땅히 이 의로운 싸움에 참여하여 한나라 황실을 구하고 백성을 도탄에서 건져야 할 것이오!"
관우와 장비 또한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유비의 뜻에 동참했다.
"형님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동탁의 목을 베어 천하에 그 죄를 알려야 합니다!" 장비가 우렁차게 외쳤다. 관우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손찬은 유비 삼형제의 용맹과 충의를 익히 알고 있었기에, 그들이 연합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크게 기뻐하며 함께 갈 것을 허락했다. 유비는 평원의 군사와 약간의 의용병을 이끌고 공손찬의 군대에 합류하여 동탁 토벌 연합군의 집결지인 산양(酸棗)으로 향했다.
드디어 각지에서 모여든 제후들의 군대가 산양에 집결했다. 그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각양각색의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며 장관을 이루었다. 연합군의 총대장으로는 사세삼공(四世三公)의 명망 높은 가문 출신인 원소가 추대되었다. 원소는 의기양양하게 단상에 올라 동탁 토벌의 당위성을 천명하고, 각 제후들과 함께 맹세를 다졌다.
그러나 이 거대한 연합군 진영 속에서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는 초라한 존재였다. 비록 유비가 한 황실의 후예라 하나, 그들의 병력은 미미했고 직위 또한 보잘것없었다. 화려한 갑옷과 수많은 군사를 거느린 다른 제후들 사이에서 그들은 마치 이름 없는 들풀과 같았다. 일부 교만한 제후들은 그들을 업신여기기도 했으며, 공손찬의 말석에 겨우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비는 조금도 낙담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연합군의 화려함이나 제후들의 위세가 아닌, 오직 동탁이라는 거대한 적을 향해 있었다. 관우는 여전히 태산처럼 묵묵히 유비의 곁을 지켰고, 장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형들의 뜻에 따랐다. 도원에서 맺은 그들의 맹세는 이제 더 큰 무대에서 시험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미미한 존재로 취급받을지라도, 머지않아 그들의 이름과 무용이 천하를 진동시킬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동탁 토벌 연합군은 이제 낙양을 향한 진격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전투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지금까지 삼국지 제4편, '도원결의: 복숭아밭의 맹세,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 천하를 향한 첫 외침' 편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건적의 난 속에서 피어난 세 남자의 뜨거운 의리와 그들의 첫 전투, 그리고 부패한 현실에 맞서 다시금 야인이 되었다가 마침내 동탁 토벌 연합군에 합류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삼국지 제5편, '동탁 토벌 연합군, 조조의 날카로운 지략과 유비 삼형제의 빛나는 무용' 편이 이어집니다. 거대한 연합군 속에서 비교적 미미한 존재였던 유비 삼형제가 어떻게 그들의 용맹을 천하에 떨치게 되는지, 그리고 동탁이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로 연합군은 어떤 혈전을 펼치게 될지, 조조의 지략은 또 어떻게 빛을 발할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제5편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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